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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현금복지 문제점

ThinkTank 2019. 12. 10. 10:59

우리나라 사회서비스는 2000년 이후 급속한 발전과 성장을 이뤘다. 생애주기의 변화, 저출산·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에 대응하기 위해 보편적 사회서비스 프로그램들이 도입되었으며, 복지욕구가 세분화되면서 개별적 욕구를 반영한 다양한 사회서비스가 발달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서비스는 중앙정부의 재량과 결정 권한 독점 아래에 진행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정해준 지침에 따라 표준화된 틀에 맞는 대상자에게 서비스를 공급하는 집행자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지방분권을 중시하는 문재인 정부는 사회서비스 정책에 있어서 지자체의 자율과 권한을 존중하는 정책을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2017년까지 지자체 등이 만들려는 복지제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변경·보완을 요청해 추가 협의를 진행하거나 아니면 아예 '부동의' 처리를 했지만, 2018년부터 부동의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하고 '재협의'를 진행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제도 변경에 따라, 지난 5년(2013~2018년)간 협의절차를 진행한 3,689건 중 복지부가 제동을 내린 건수는 문재인 정부 출범 전 1,994건 중 393건(19.7%), 출범 이후 1,695건 중 143건(8.4%)으로 감소했다.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 것은 지자체의 현금성 복지(현금복지) 신규 사업으로 2017년 272건에서 2018년 489건으로 180% 증가했고, 예산은 2017년 1,373억원에서 2018년 3,041억원으로 221% 증가했다. 동 수치는 해당 연도에 신설된 새로운 사업임을 감안하면 현재 지자체에서 더 많은 현금복지 사업을 수행하고 있을 것이라 판단된다.

현금복지 문제점

지자체는 사회서비스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수단이 있음에도 현금복지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현금복지는 △형평성 문제, △인근 지자체의 따라 하기(전염 현상), △정부사업과 중복, △재정건전성 악화 등의 문제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 '너는 받고 나는 못 받는' 형평성 문제와 '따라 하기' 전염 현상

 

최근 서울 중구가 월 10만원의 노인 공로수당을 추진하면서 같은 아파트인데도 단지가 중구·성동구에 걸쳐 있어 성동구가 주소인 101동 거주민들은 현금복지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이에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준다'며 형평성에 문제제기를 하는 성동구 주민이 늘어나고 있으나, 성동구는 "옆 구청을 따라 하면 기존 복지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처럼 지자체가 현금복지를 경쟁적으로 쏟아내면 다른 지자체는 '우리도 달라'는 주민들의 불만에 등 떠밀려 현금복지에 동참할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 지자체의 경우, 현금복지 전염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전북에서는 노인 이발·미용비와 목욕비 지원사업, 강원에서는 다문화가정의 모국방문 지원 사업 등 광역별로 기초단체 간에 유사한 현금복지 사업을 많이 시행하고 있다.

 

2. 정부 지원과 중복성 문제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는 현금복지 사업취지에는 공감한다 해도 이미 비슷하거나 혹은 같은 취지로 정부(중앙부처)와 광역자치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현금복지 사업과 중복된다는 문제가 있다.

 

정부가 청년 취업 등을 위해 지원하는 것과 별도로 지자체들도 청년 대상 현금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구직 활동을 하는 만 34세 이하 청년에게 월 50만원씩 최대 6개월간 '청년 구직 활동 지원금'을 주고, 중소·중견기업에 다니는 청년들이 목돈을 모을 수 있도록 정부가 3년간 1,800만원을 지원하는 '청년 내일 채움 공제 제도'도 존재한다. 그런데 서울시는 2년 전부터 만 19~29세 미취업 청년에게 6개월간 월 50만원의 '청년수당'을 지급하고 있고, 경기도는 올해부터 만 24세가 되는 청년에게 지역 화폐로 연간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 중구가 추진하고 있는 공로수당의 대상은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로 기초연금과 유사·중복되는 사업이다. 이외에도 지자체별로 장수수당, 효도수당, 효행수당 등 명칭은 다르지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현금복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가 법령에 따라 독립유공자, 참전유공자 등에게 보훈급여금(보훈수당)을 지급하고 있음에도 지자체가 별도로(추가로) 보훈수당을 지급하는 사례가 많다. 특히 광역단체에서 보훈수당을 지급하고, 또 기초단체에서 보훈수당을 지급하는 사례도 존재한다.

 

3. 재원 마련 방안 및 재정건전성 문제

 

지자체들이 현금복지에 재원을 털어 넣어 재정에 구멍이 나면 결국 중앙정부에서 떠안게 되고, 세금으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높다. 자치단체장이 표를 얻으려고 쓴 선심정책의 뒷감당이 국민의 몫이 되는 것이다.

 

2018년 지자체 평균 재정자립도는 53.4%이다. 일부 지방 지자체는 재정자립도가 10%대를 웃도는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현금복지 사업을 과도하게 시행 중이다.

 

4. 현금복지 포퓰리즘 문제

 

현금복지는 중독성이 강해 일단 한번 시작하고 나면 '줬다 뺏기' 어려워 중앙정부든 지자체든 재정상황이 심각할 때까지는 중단하기 힘들다. 지자체들이 실효성을 고민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청년이나 어르신 등에게 수당을 나눠주는 것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칠 가능성이 크다.

개선방향

1. 현금복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집중

 

현금 위주의 복지급여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집중하고, 지자체는 지역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을 통한 사회서비스를 담당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적절한 사회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역량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혹자는 노인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노인을 위한 현금복지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지역특성에 맞는 복지정책이 아니냐고 물을 수 있다. 물론 노인인구가 많은 지자체에서 노인을 위한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지역의 특성에 맞는 복지사업이라는 점은 공감한다. 다만, 노인복지를 위한 다양한 접근방식과 수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복지 방식으로 구현하는 것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현금복지는 수급자의 선택권을 보장하는 수단으로써 유용하다고 볼 수 있으나, 공급자 입장에서는 간단한 방식으로 높은 효용(수급자의 반응)을 얻을 수 있어 신중한 검토와 고민 없이 현금복지를 추진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다면 '저비용 고효용'을 얻는 방법이지만, 무분별한 현금복지로 인해 발생할 문제점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2. 복지 샌드박스 도입… 샌드박스 벗어나는 사업 운영 시 국고보조금 삭감

 

중앙정부는 일정한 복지 분야에서 샌드박스 개념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큰 틀에서 가이드라인을 설정하고, 지자체는 그 틀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한다. 그러나 만약 지자체가 정해진 틀을 벗어난다면 중앙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페널티를 부여한다.

 

※ 샌드박스: 아이들이 안전하게 뛰어놀 모래 놀이터(sandbox)에서 유래된 말로, 일정한 틀 안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하는 것을 뜻함.

 

정부는 기초연급법 시행령에 따라 기초연금과 유사·중복되는 제도를 지자체에서 운영할 경우 국고보조금의 10%를 삭감하고 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 차원의 현금복지 사업과 유사·중복되는 제도 또는 복지 샌드박스를 벗어나는 사업을 운영할 시 국고보조금을 삭감해 중앙정부의 통제 수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3. 정치권 노력 필요

 

지방선거 때마다 주요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선심성 현금복지를 공약으로 내거는 악순환이 4년마다 반복되고 있다. 1번 개선방향에서 언급했듯이, 현금복지는 간단한 방식으로 높은 효용(수급자의 반응)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후보 입장에서는 현금복지 공약이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후보가 현금복지 공약을 내걸고, 4년 후에도 새로운 현금복지 공약이 난무하게 된다면 재정이 악화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따라서 후보들은 현금복지 공약이 아니라 지역 맞춤형 복지공약이 무엇이 있는지 깊게 고민해야 하며, 이런 선거문화가 정치권에 정착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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