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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 10조 심신장애, 개정이 필요하다

ThinkTank 2016. 11. 21. 16:09


형법 10조는 심신장애인에 대한 조문이다. 쉽게 말해, 아픈 사람이 본인의 장애로 인해 저지른 죄에 대해서는 처벌하지 않거나 그 죄를 감경해준다는 것이다.


일례를 들자면, 발달장애 1급인 청소년이 한 살 아이를 3층에서 던져 숨지게 했지만 무죄선고를 받았다. 청소년의 발달장애와 심한 자폐장애로 인한 정신상태에서 생긴 범죄에 대해서는 죄를 물을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원은 형법 10조 1항의 규정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빵을 훔친 장발장의 딱한 사정을 고려해 무죄를 내리는 선처와는 다르다. 청소년은 자신이 저지른 죄(살인)에 대한 어떤 판단도 불가능한 상태였기에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이다. 단순히 아픈 사람이기에 그 상황이 딱해서 무죄를 내리는 차원이 아니다.


따라서 꽤나 합리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이 법에도 문제점이 있다. 바로 '심신장애'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이냐는 문제다. 어느정도 장애가 있어야 심신장애라고 판단할 수 있는지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조두순 사건을 생각해보자. 조두순은 지난 2008년 8살 여학생을 성폭행한 혐의 구속됐다. 당시 검찰은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법원은 술을 마셨다는 조두순의 진술을 참작해 심신미약(장애) 등을 이유로 12년형을 선고했다. 즉, 술에 취한 상태를 심신장애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도 술을 마셔봐서 알겠지만, 과음을 하면 본인이 무슨 행동을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긴 상황(블랙아웃)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상태를 심신장애로 봐야하느냐? 이 부분은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법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범죄억지력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그런데 만취 상태를 심신장애로 인정한다면 나쁜 사람은 일부러 만취한 뒤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형법 10조 3항에 단서를 두고 있다.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경우'에는 이를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과음을 하면 본인이 위험한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대부분은 알고 있다. 즉, 위험의 발생을 예견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과음은 본인이 하는 것이기에 자의로 한 것이다. 그러니 술에 취한 상태는 심신장애로 인정하면 안 된다.


하지만 조두순은 만취 상태를 심신장애로 인정받아 감형을 받았다.


지난 7월 31일, 부산 해운대에서 광란의 질주를 벌여 3명이 숨지는 등 24명이 다친 교통사고가 있었다. 가해자인 김모씨는 오래전부터 자신이 앓고 있는 뇌전증 때문에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즉, 뇌전증으로 인한 심신장애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경찰 조사 결과, 김모씨는 본인이 약을 제때 챙겨먹지 않으면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약을 먹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다시 말해, 위험의 발생을 예견하고도 자의로 심신장애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므로 3항에 따라 엄중한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논쟁 때문에 어떠한 처벌을 받을지 미지수다.




형법 10조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3항이 존재하고 있지만, 지금까지의 케이스를 보면 제대로 작동하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 새로운 개정이 필요하다. 


현재 법은 강행규정이다. 1항의 '벌하지 아니한다', 2항의 '감경한다'처럼 의무적으로 해야만 한다.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가 있다고 판단되면 이 법에 의해서 무조건 벌하지 아니하거나 형을 감경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 형법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강행규정을 바꿔야 한다. 법에서 굳이 강제할 필요가 없다.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고려해 처벌할 수도 있고, 혹은 처벌하지 않을 수도 있게 해야 한다. 즉, 임의규정으로 법을 고쳐야 한다. 


현재처럼 강행규정으로 못 박아둔다면 강력한 처벌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범죄억지력도 확보하지 못 한다. 심신장애인을 보호하기 위한 법의 취지는 합리적이지만, 시행이 합리적이지 못하면 그 취지가 무색해진다. 개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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